초등학교(정확히는 국민학교) 5학년 생일선물로 아버지께서 멋진 자전거를 사 주셨다.
당시 새로 나온 고급형 모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전날 밤만 해도 그렇게 빛나던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첫날엔 아끼느라 눈으로만 만끽하던 자전거를 잃어버린것이다.
정확히는 사라진것..
어린 마음에 당황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였지만 떠 오른 장면이 있었다.
"몇 동에 사니?"
전날 자전거를 산 가게 주인이 내게 건넨 한마디. 그 말이 그 순간 왜 떠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자마자 사라진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 올랐다고 밖에..
학교 가는 길에 그 자전거 가게를 들러 보았다. 물론 내가 샀던 모델의 자전거가 몇대 있었다.
혹시나 해서 들여다 보았지만 소용이 없는 행동이었을 뿐 그 멋진 자태가 아쉬움만 더 했다.
완전 새 자전거라 이름이나 표식을 하지도 않았었다. 아마 했어도 소용이 없었으리라.
당시 나는 그 자전거포 주인을 의심했다. 물론 증거는 없었다.
어린 내가 생애 최초로 접한 사회와 어른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세상으로 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지만 유독 그때의 상황이 떠 오르곤 했다.
심지어 그 자전거포 주인에게 확실한 증거(자전거에 나만 아는 표식을 해 놓아서)를 제시하여 체포하는 꿈까지 꾸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세월이 약인지라 기억의 뇌리에만 자리 잡고 있었을 그때의 상황이 이 뉴스로 인해 다시 떠 올랐다.
주었다가 다시 뺐어가는 상황을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이라 포장하는 우리나라 모습을 벤치마킹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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