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에 인용 된 사진= 트위터 ID dsu**)


풍경 1. 비내리는 어느 평일 아침 경기도의 한 신도시 버스 정류장


비가 내려 평소 보다 서둘러 정류장에 나왔건만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우산 때문인지 더 많아 보이기도 하지만, 움직이기도 힘들고 멀리 찻길을 살펴 보기도 힘들다.


이번 버스는 꼭 타야 되는데..

아! 차가 오나보다. 

우산들이 한쪽으로 쏠려감을 느끼면서 나와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그 버스가 다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젠장! 버스가 속도를 줄일 기색이 없다. 자리가 꽉 찼나보다.. 


서서라도 가야 되는데..

내 마음의 소리인줄 알았는데 여기 저기서 혼잣말이 들린다. 

서서라도.. 서서라도.. 서서라도..


원래는 노선 번호별로 '줄'이라는것이 있었는데 얼마전부터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 고속도로 입석금지 때문에,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를 한 두 자리를 확보하느라 버스를 향해 돌진 할 수 밖에..


앉지는 못하더라도 차례를 기다리면 서서라도 탈 수 있는 버스였다. 물론 고속도로에서 많은 사람이 서 있고 주행 중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면 더욱 위험해 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위험한 입석이라도 타고 가야 직장에 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의 선진됨을 상징하던 줄서기 문화가 그 훌륭한 법 때문에 무너져 버렸다.


아.. 버스는 포기. 

늦었지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탄다. 


양복과 구두가 다 젖어 버렸다.


풍경 2. 그 날 그 버스 정류장.. 옆 한켠..


앞 사람 우산 때문에 빗물이 튀는건 이해하지만, 사람들이 줄을 헤집고 지나 갈 때마다 튀는 빗물과 그 눈빛은 왠지 마음에 안든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통근버스가 평소보다 2분 늦게 도착 했지만, 출근에는 지장 없으니 이해하도록 한다. 

나는 국가 공무원이니까.


오늘도 안행부에서 대절한 관광버스는 쾌적하다. 

청소도 잘 되어있고 게다가 텅 비어 있다. 

옆 좌석에는 가방과 우산을..


고속도로전 마지막 정류장쯤에서 작은 실랑이가 일어나 옅은 잠에서 깨었다.


공무원증 보여 주세요..

이거 정부기관 신분증인데 못 타나요?


공무원 아니면 못 타십니다..

정부기관에서 일 하는데 좀 태워주세요..


공무원 아니면 아.무.나. 못 탑니다..


그 아무나는 끝내 못 탔다. 

그래 이 버스는 국가 공무원들을 위해 임대한 통근 버스니까..


고속도로다. 버스전용차로로..

서울이다. 버스중앙차로로..


오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보자.


에필로그. 광화문에서 광장을 내려다 보며..


이 두 풍경은 지난 몇 주간 목격하고 채집한 사례들을 토대로 구성한 글이다.


지난 7월 16일부터 광역좌석버스 승객에 대한 고속도로에서의 입석 금지가 시행 되었고, 경기도의 많은 지역에서 위와 같은 혼란을 겪고 있다. 나 또한 약간의 영향을 받게 되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공무원 통근버스를 몇번 이용하게 되었고, 위와 같은 풍경을 목격하였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에서 운행되는 여러 노선들을 알아 보니, 보통 절반 정도를 채우고 운행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어떤 노선은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여서 공무원 아닌 신분은(정부기관에 파견 된 일반인들은) 절대 태우지를 않는다고 한다. 텅 비운채로..


쾌적한 좌석에 앉아 정류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많이 생겼고, 의문도 생겼다.


통근버스를 편히 타고 가는 저들은 밖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을까?

일반인들의 어려움을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자신들은 편해서 다행이다.. 혹은 당연한 복지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대책없는 이 정책은 대체 왜 나온걸까?


통근 문제로만 한정지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 정책들을 들여다 보며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의문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쾌적한 버스와 좁은 책상안에서 나오는 정책은 그 한계가 명확할테니까.



(파이낸셜 뉴스에 인용 된 사진= 트위터 ID esth****)


Posted by vagab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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