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갈라파고스의 생태계만큼이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갈라파고스는 고립된 환경에서 태어난 고유 생물들이 특징이라면, 아르헨티나는 다양한 민족들의 이주로 시작 된 신대륙 특유의 문화적 융합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 항만을 통해 멀리 유럽 혹은 인근 라틴아메리카를 거쳐 오는 외항 선원들이 다양한 문화적 산물들을 상륙 시켰고, 토착화 과정을 거치면서 아르헨티나 특유의 이국적인 문화가 생기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탱고다. 많은 음악 장르가 그러하듯이 탱고 또한 춤과 함께하는 음악이다. 탱고의 근원을 굳이 찾아 올라가면, 쿠바 담배농장 흑인들의 아프리카적 리듬과 춤에 영향을 받은 아바네라(habanera)’, 외항선원들을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전파 되었, 현지화 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탱고로 발전하게 되었다.



A. Piazzolla. Libertango


Moscow City Symphony "Russian Philharmonic"
Phonograph Jazz Band
Conductor -- Honoured Artist of Russia Sergey Zhilin
Soloists -- Yuri Medyanik (bandoneon), Rodion Petrov (violin)
Pair of dancers -- Inna Svechnikova, Dmitry Chernysh
Moscow International House of Music, Svetlanov Hall
September 30, 2010

 

오늘날 탱고가 세계적인 음악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가 있다그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며, 반도네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주자이기도 하다

과장되게 표현해서 탱고와 동일시 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그가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 그 자리를 차지 하였을까?

피아졸라의 음악을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발표되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새로운 모든 것이 인정 받고 자리 잡는다는 것은 여러 요인들, 학습, 고민, 갈등, 융합, 노력 등이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피아졸라는 어떠한 과정과 요인들 속에서 세상으로 하여금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을까?

 

피아졸라는 뛰어난 반도네온 연주자이며 혁신가였다. 그는 악기의 통념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여 다양한 편성에서의 반도네온 활용법과 연주 기법을 확대 및 정착 시켰다.

언급했듯이 그는 작곡, 편곡, 연주 모두 뛰어난 음악인이었다. 특히 8세부터 반도네온을 연주하기 시작하여 10세 무렵에는 스스로 작곡도 하였다.  그 시기 라흐마니노프의 제자인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로부터 바흐(Bach)의 음악을 반도네온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주고 받을 만큼 연주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 하였다

심지어 10대 초반, 프로페셔널 탱고 악단의 반도네온 주자로 초빙되기도 하였으며, 10대 후반에는 유명 탱고 오케스트라에서 어린 연주자로 활동하며, 조금씩 작곡과 편곡에도 관심을 높여 나갔다. 이를 지켜본,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루빈스타인으로 부터 전문적으로 작곡을 배우라는 조언을 받아, 아르헨티나의 유명 작곡가에게 작곡과 편곡을 정식으로 배웠으며, 소속된 오케스트라에서 이를 적극 활용 하였다


이 시기 선배 연주자들과의 음악적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도 많았지만, 반도네온의 새로운 연주 기법과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여러 시도를 하였으며, 피아노를 정식으로 공부하여 반도네온 연주 메커니즘에 피아노적인 요소를 녹이는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오늘 날 반도네온 연주자들은 다양한 자세로 연주를 하지만, 1950년대 중반까지는 모두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하였다. 그러나 1955년 피아졸라가 최초로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무릎에 반도네온을 얹고 선 스탠딩 자세로 연주를 하게 되었으며, 이후에는 어깨에 줄을 매고 서서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보면 당연한 장면 이지만 당시에는 논란을 불러온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적인 시도 외에도 직접 오케스트라 혹은 여러 편성의 악단을 조직하여, 반도네온에 대한 다양한 적용을 시도 하면서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해 갔다.

 

피아졸라의 음악세계는 다양한 문화와 음악적 소양을 융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름에서도 보듯이 그의 집안은 이탈리아에서 건너 왔다. 피아졸라의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남부의 어부 출신으로 신대륙으로의 이민을 결심하였다. 반도네온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조부 또한 이민 가방 속에 반도네온 혹은 그 감성을 담아 배를 탔을 것이다. 또한 작곡 공부 과정에서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라벨등 당대 최고, 선진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구하여 자신의 음악에 녹여 내는 노력을 하였다.

피아졸라의 탱고는 불협화음들과 다양한 변박 리듬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특징을 이루고 있는데, 위에 언급한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그의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이다.


혁신가들이 그러하듯이, 청년 피아졸라와 선배 음악인들 혹은 평단과의 갈등이 심각히 존재하였고, 자기 음악에 대한 고민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 탱고와 반도네온을 멀리 한 시기가 있었다.

 

이러한 고민 속에 프랑스로의 유학을 결심하였다. 이때가 1954년이다.

초대장을 보내준 음악원의 교수에게 자기 작품을 소개할 때,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는 기법의 작품들을 선 보였지만 큰 반응이 없어, 할 수 없이 멀리하고자 했던 탱고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들려주었다. 이 장면이 지금의 피아졸라를 존재하게 한 터닝 포인트였다.

탱고와 반도네온을 활용한 그의 음악이 너무나 새롭고 좋다는 극찬 속에 파리 유학생활을 이어 나가게 된 것이다. 이 시기 대위법을 정식으로 공부하여 그의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을 몇 단계 끌어 올렸으며,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라벨 등 당시 앞서가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현장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음악에 녹여 내었는데, 특히 재즈 음악도 많이 접하였다. 이러한 것들이 그의 음악을 진화시켜 가는 화학작용이 되었으며, 마침내 태어난 것이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이다.

 

피아졸라는 10대부터 반도네온의 연주 기법 확대, 다양한 악기 편성 시도 등 새로운 것들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이 많았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 해 준 것이 파리 생활이었다. 이 시기 다양한 악기 편성을 시험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대중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후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반도네온의 조합, 미국 재즈 밴드에서 영향 받은 8 중주단(2대의 반도네온 포함된) 등 새로운 시도의 음악들을 자신감 있게 발표 하였고, 서서히 여러 계층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전의 탱고는 플로어에서 춤추기 위한 음악이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음악홀에서 감상하는 음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또한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 전 세계의 청중들이 찾는 피아졸라의 탱고가 되었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누에보 탱고는 그 만큼 새로운 생명이 담긴 음악으로 발전해 갔다.

 

한때 버리고자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자양분인 탱고와 반도네온이 가장 경쟁력 있는 무기였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피아졸라는 달라졌다. 단순히 유럽을 동경하고 유명 작곡가를 모방하는 작업을 했다면, 음악성은 있지만 개성이 없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이름 모를 음악인으로 잊혀졌을 것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음악인들처럼..

 

그러나 우리는 기억한다. 탱고를 통해 피아졸라를..


아래는 피아졸라가 직접 반도네온 연주하는 영상이다.



Astor Piazzolla Quintet. Live in Utrecht. Netherland. 1986.

1- Michelangelo 70', 2- Milonga del Angel, 3- Escualo, 4- Adios Nonino, 5- La Muerte del Angel, 6- Resurrección del Angel, 7- Decarisimo, 8- Verano Porteno, 9- Fracanapa


Ástor Piazzolla - bandoneón
Fernando Suarez Páz - violino
Héctor Console - contrabaixo
Oscar Lopez Ruiz - guitarra
Pablo Ziegler - piano


Posted by vagab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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