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

2014년 8월.. 20시간의 휴가..

vagabundo 2014. 8. 14. 14:40



나는 부성의 보살핌이 부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안 계신것이 아니라 워낙 바쁘신 삶을 사셨기에 한 달에 1주일 정도만 집에 머무르셨다.  나이 50에 본 늦동이 이기에 무척 귀해 하셨지만, 과도하게 엄하신 모습을 보이시어 어린 나이 부터 아버지에 대한 벽을 쌓고 살았고 아버지 또한 그냥 그렇게 사시다 가셨다.


꼭 그런 경험때문은 아니지만 결혼 후 아들을 갖게 된 후, 내 아들에게는 따뜻하지만 강한 부성의 아버지가 되기로 다짐하였다. 


함께 놀아주기, 책 읽어 주기, 아들 친구와 친해지기, 아들 취미 공감하기..

그리고 둘이서 여행가기..


아들이 중 1 부터 고 3 여름방학까지 여러 곳을 함께 돌아 다녔다. 아빠와 아들 둘이서만..

설악산 등반 및 온천, 가평에서 수상 스포츠, 홍천에서 승마..


그렇지만 사진을 잘 남기지 않는 남자들의 습성상 기억에만 남긴 추억이 되었고, 아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 부자지간의 술 자리에서 나누는 안줏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매번 올 여름에는.. 내년 여름에는.. 이런 다짐을 하곤 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싶지 않았다. 다 큰 아들과 여행 가는것은 나에게도 부담이니까..


그러다 올해는 봄부터 그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술 자리에서 올해는 꼭 가자는 의지를 다졌고 짧은 여름방학과 내 일정 사이에서 20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최대한 가까운 곳, 기왕이면 대중교통으로 닿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소원했던 나의 아버지와의 기억을 기억하며 이 아들에게는 먼 훗날 나를 여행을 함께 했던 아버지로 기억해 준다면 참으로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20시간이었다.


덕분에 호젓한 산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