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시가 되려나
연리지
vagabundo
2018. 4. 24. 20:40
연리지(連理枝)
아픈 몸 나으면 산에 가자 했지?
산에 가자.
한적한 산길로 오르면
사연 깊은 나무가 나와
連理枝,
두 나무가 붙어 하나 된 나무,
서로를 그리다 가지손 부여잡고
마침내 하나가 된 나무.
오래전 심었을 땐 따로따로 심었을, 그래서
터 넓게 잡고자 욕심껏 굵어졌을 줄기들
햇볕 먼저 받겠노라 키 자랑했을 우듬지들
한 방울의 물까지 힘껏 빨아들였을 뿌리들
그들의 다툼을
저 가지들은 손 내어 잡으며 화해시켰지!
그래서 하나가 된 나무
連理枝.
하나가 되면
둘일 때 보다 훨씬 커진다는 걸 알았을까?
다른 나무들을 솎아낼 때
하나가 된 나무는 살아남아 더욱 뻗어 나가지!
옆으로 앞으로 굵어지든
넓고 깊게 뿌리내리든
하늘로 찌를 듯 솟든
어디서든 보이지.
숲의 생명이 우러르고
산의 정기를 어우르는
나무가 되어보자
가지뿐 아니라 뿌리도 얽히고
줄기도 하나로 뻗어 곧게 올라간
그림자 넓은 나무,
저 연리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