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눈을 치우나
새벽녘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넉가래로 바닥을 긁는 소리다. 또 눈이다. 월요일 새벽에 눈이 내린다. 출근길에 펼쳐질 그림들이 쫙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오늘 눈을 치우고 있는 경비아저씨는 지난주에 눈을 치우던 그 아저씨다. 이렇게 되면 눈 치우는 날 경비 근무는 하늘에 달린 듯하다.
그런데 저들은 누구를 위하여 눈을 치우고 있지? 경비 근무 수칙에 달린 무수한 의무중 하나라서?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데 하필 오늘 눈이 내리는 탓에 짜증이 나있는 경비조장의 비위를 살피느라? 이유야 어떻든 치워진 길에 감사하며 출근에 나섰다.
서울에 눈이 제법 내렸다. 이렇게 내리는 것도 몇 년 만인 듯하다. 사실 매년 기억이 새로 업데이트 되고, 최근의 기억이 더 생생한 법이라 지금 내리는 눈이 더 많게 느껴지는 것일 것이다.
아침뉴스에서 예상했듯이,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으니 타고 내리는데도 오래 걸려서 운행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다. 길 또한 새벽에 쌓였던 눈 위에 발자국으로 덮여 단단해지고, 그 위에 눈이 계속 쌓여 미끄러움이 더했다. 미끄러워지니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길이 더 멀어진 듯 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데 이따 더 쌓이면 치우죠.
아니지, 조금이라도 치워야 이따 편할 거야.
미끄러운 길을 지치며 회사 건물까지 오니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넉가래를 들고 건물 주변 눈을 치우고 있었다.
군대 시절 낙엽 쓸던 날들과 눈 치우던 날들이 기억난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의 연대장은 영내에 있는 모든 길들이 대걸레질을 한 것처럼 티끌 하나 없기를 바랐다. 낙엽은 물론 쌀알만 한 돌들도 다 치워 내길 바랐고, 눈이 내려도 1호차가 다니는 길은 건조한 늦가을처럼 말라 있어야 했다.
눈이 더 내린다. 치우는 게 무색하게 쌓일 뿐이다. 쌓이면 또 치워야 할 텐데.
아, 눈이 더 내리는데 좀 쌓이고 그친 후에 치우죠?
그래도 회장님 출근할 때 까지는 해야겠지?
그들은 그들의 오너이자 이 건물의 주인을 위해 눈을 치우고 있었다. 군대에서 들었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눈은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뿌려주는 쓰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