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undo 2018. 6. 11. 10:04

모련(母蓮)

 

네 마리 새끼와 탄천에 나온 흰뺨검둥오리 어미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지난 며칠간 여러 마리를 잃었기에

 

다른 오리가 다가오면 큰 날갯짓으로 쫓아버리고

더 큰 오리가 날개를 펼치고 다가오자

뭍에 올라 산책로를 가로질러 연못으로 숨어든다

 

괴롭히려 했는지 예뻐해 주려 했는지

따지지 않고 자리를 피한 어미는

세상의 모든 관심이 두려울 뿐

 

연꽃이 진 연못에 쑥 올라온 그 머리는

해 뜰 녘 열리는 수련보다 아름답고

나들이에 지친 새끼들의 깃을 골라주고

날개로 품어 덮어주는 그 모습은

이 연못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 연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