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재(億萬齋)

도시는 브랜드다: 랜드마크에서 퓨처마크로(서정렬, 김현아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2008)

vagabundo 2014. 8.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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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란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많은 물건과 서비스에 그 나름의 이름이 붙어 있으며, 그 만큼의 가치가 책정되어 있다. 가치로 평가 된다는 것은 사용자의 기호와 경제적 능력에 의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지불 능력과 상관 없어도 소유하고픈 욕망이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사람들은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재화를 향유 하기도 하지만, 그와는 상관 없이 소유하고픈 것이 세상에는 많다. 


이렇듯 소비하는 '브랜드'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비하는 물건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이렇듯 '브랜드'는 물건일수도, 사람일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만족일수도 있다.


이러한 향유하고 소비적인 관점에서 '도시' 또한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이 처음 주장한 개념은 아니지만, 그 도시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개발에 적용시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라고 한다. 지금까지 국가와 국가간 혹은 정치적, 경제적 프레임간(NATO, EU..)간의 관계와 연결이 중요했다면, 복잡 다원해지는 국제정세와 경제질서 속에서는 특정 도시들 특화된 역할을 통한 연결이 중요해 진다고 한다. 금융부분에 있어서의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가 그러하고, 국제 기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그러하다.


특정 도시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조형물들이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서울의 63빌딩 등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큰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특정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이처럼 큰 건축물 혹은 상징물로 대변되는 '랜드마크'이다. 지금까지는 눈에 띌 정도로 크거나 높거나 해야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기억되고 있지만, 이제는 '랜드마크'를 지양하고 '퓨처마크'를 지향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얘기 한다. 


그렇다면 '퓨처마크'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무형의 가치를 부여한 공간 개념으로 해석했다. 특정 조형물로 상징되는 것이 아닌 공간 개념을 도입해서, 그 장소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이미지나 서비스를 포함 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겉(형식)'을 강조했다면 지금부터는 그 '속(대응 혹은 만족)'을 드러내야 하며, 창의적인아이디어를 통해서 공간에 대한 감성을 변화 시키는 시도가 그 시작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시만의 경쟁력이 시작되며 브랜드로 자리잡아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보면 '랜드마크'라는 눈에 보이는 것에 목을 매는 사례를 역사속에서 많이 발견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례가 국가 경제 발전의 관점에서 시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향유한 권력들의 역사 기록물로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이러한 '관' 주도의 개발을 보면, 보이고 싶은 틀을 먼저 정해 놓고 그 안에 내용물을 껴 넣는 방식이 많아서, 후에 큰 불편과 비판을 낳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다 하여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랜드마크'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간 개념으로 넘어오게 되면, 가로수길이 그러하고, 북촌, 서촌이 그러하다. 처음에는 자생적인 창의의 향기가 드러나는 자그마한 거리였지만, 사람과 돈이 몰리게 되니 온갖 식음료의 냄새만 진동하는 그렇고 그런 거리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런 사례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으면 개발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나가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면에서 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 개발 특히 도시에서도 특정 섹션 부터 그러한 시도를 해 나가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섹션 개발에는 관 뿐만이 아닌 지역 공동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그 지역 개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면서 실행해 나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도시가 강해지면 국가 또한 강해진다고 한다. 지방 자치를 시도한지도 성년이 넘어 가는데 시민 자치의 정신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내가 사는 주변부 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사는 곳의 분위기만이라도 바꿀 수 있는 시도를 아래로부터 해 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지역 발전과 자치의 실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속에 우리의 도시와 지역들이 세계속에서 기억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나아가 '퓨처마크'로 도약하여' 모범 개발 사례'로 회자 됐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도시개발 혹은 지역개발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에는 파견되어 일 하는 곳에서 다루는 일들의 기저에 지역 개발 논리가 깔려 있기도 하고, 지인들 사업의 기저에도 지역 기반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관련 자료에 눈이 가게 되었다.


지자체 수장들이 큰 포부를 갖고 시작하고 있다. 각 지방 정부는 '관'이지만 그것을 세운 주체는 '시민'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