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

기울어진 거울로 바로 바라보기

vagabundo 2015. 5. 31. 17:26

아침에 학교로 들어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마침 기사 아저씨 뒤편에 앉게 되어 자연스레 백미러를 통해 그 분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얇삭한 얼굴에 앙 다문 입술의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분이었다.
거기에다 살짝 올라온 광대뼈와 날카로운 눈매의 무표정이 

그 분의 인상을 꽤나 근접치 못할 분위기로 이끌었다.

게다가 여느 기사님과는 다르게 라디오 방송을 켜지 않아서 

주말 이른 아침의 학교 근처라는 특성에 더하여 더욱 조용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아니 그 분의 눈매에 압도 되어 더 조용히 있고 싶다고나할까 살짝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버스였다.


싸움 좀 해 봤겠는걸? 기싸움에 밀리지 않을 눈매인걸?
이런 저런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오후에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가기위해 마을버스를 타게 되었다.
기사 아저씨와 자연스레 눈을 맞추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무척이나 낯이 익어서 오다가다 자주 본 분이라 생각했는데..
자리에 앉아 자연스레 거울을 통해 본 그 분은 아침의 그 분 이었다.
기울어진 거울이 그 분의 인상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난 그 왜곡된 잔상의 모습으로 그 분의 성향을 멋대로 상상한것이다.


거울 없이 본 그 분의 인상은 누가 봐도 평범히 열심히 사시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그런 분들의 모습이었다.


나 얼마나 세상을 겉으로 평가하며 살고 있는지..


인터넷이나 모바일 공간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내가 본질을 제대로 보고있는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가고있는 세상이 조작되거나 왜곡되는 정체성들로 넘쳐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거울을 기울여서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투영하고 싶을 것이고 
그것을 본 누군가는 왜곡된 잔상이 현상의 본질일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것이다.


거울의 오류는 올바른 시각으로 바로잡을수 있겠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어 오는 조작되거나 왜곡된 정보들의 오류는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을것인가?


접하는 정보들에 대한 필터링과 인증의 문제가 무겁게 다가온다.


버스를 기다리며 찍어 놓은 빗물 떨어지는 연못의 잔상에서 흐트러진 본질과 현상의 모습은 영구히 숨길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떠 올렸다.